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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움직임에 대해서 이전에 간단하게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사실 영상에서 가장 많이 움직이는 것은 카메라가 아니라 카메라로 촬영을 하는 대상입니다.

프레임 인, 프레임 아웃
고정된 화면에 움직이는 피사체가 나타나는 것을 프레임 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있던 피사체가 화면 밖으로 나가는 것을 프레임 아웃이라고 부릅니다.
주로 사람이 피사체인 경우가 많습니다. 화면에 빈 의자가 있다고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화면 밖에서 사람이 걸어 들어와 의자에 앉습니다. 이것이 프레임 인입니다. 앉아 있던 사람이 일어나서 화면 밖으로 나가는 것을 프레임 아웃이라고 합니다. 아주 간단합니다. 그리고 아주 많이 사용되는 방법입니다. 여러 쓰임새가 있으며 편집을 쉽게 해 준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블로킹
피사체의 움직임을 종합적으로 설계하는 것을 블로킹이라고 합니다. 원래 연극에서 사용하던 말입니다. 등장과 퇴장을 포함한 배우의 움직임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영화가 등장하면서 카메라 움직임까지 더해서 장면 전체의 움직임을 설계하는 것을 블로킹이라고 부르게 된 것입니다. 블로킹은 카메라는 고정된 채 등장인물만 움직이는 경우와 카메라만 움직이는 경우, 카메라와 피사체가 모두 움직이는 경우를 포함합니다. 등장인물의 움직임에 카메라의 움직임까지 더해지면 매우 복잡한 설계가 필요해집니다. 아주 창의적이어야 하고 연출이나 감독이 하는 일 중에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일에 속합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카메라가 주인공을 따라 움직이는 장면을 많이 보게 됩니다. 이런 식의 촬영을 흔히 팔로잉이라 부릅니다. 말 그대로 카메라가 대상을 따라 움직이는 것입니다. 카메라 움직임인 팬이나 트래킹, 달리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고 카메라를 손에 들고 혹은 스태빌라이저를 이용해 따라가기도 합니다. 형태는 단순하지만 실제 촬영하기는 녹록하지 않습니다. 등장인물의 움직임의 방향과 속도를 미리 계산해야 하고 더불어 배경도 생각해야 합니다. 팔로잉은 상황에 따라 상당히 길게 진행되기도 합니다. 팔로잉처럼 움직임이 복잡하지 않아도 장면은 길어질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 롱테이크라고 부릅니다.
롱테이크
영상 촬영은 카메라의 녹화 버튼을 누르면서 시작을 합니다. 그리고 다음에는 정지 버튼을 누릅니다. 그 간격이 몇 초일 수도 있고 한 시간을 넘길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찍은 하나의 장면을 컷, 숏 혹은 테이크라 부르고 있습니다. 약간 느낌이 다른데 세 가지 말은 자유롭게 쓰이기도 합니다.
인터뷰나 강연처럼, 별다른 계획이나 생각 없이 찍는 장면 외에 특별한 의미를 담아 길게 찍는 것을 테이크를 써서 롱테이크라고 부릅니다. 특별한 시간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롱테이크는 영상 미학적으로 상당히 고급 기술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하지만 연극을 생각해 보면 롱테이크는 가장 기본적 연출 방법입니다. 기본적이라기보다 유일한 연출 방법입니다. 선택이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영상은 다릅니다. 영상에서 롱테이크는 수많은 선택을 버려두고 구태의연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고급이 되는 것입니다.
롱테이크는 카메라는 전혀 움직이지 않은 채 길게 한 장면을 보여 줄 수도 있고 앞에서 말한 팔로잉처럼 카메라가 움직이면서 장면을 끊지 않고 이어 가기도 합니다. 한 번 잘못되면 처음부터 다시 찍어야 합니다. 그래서 구현하기가 무척 어려운 방법이고 시도하기 조차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롱테이크를 사용하는 이유는 현장감입니다. 중간 장면 전환이 없이 길게 이어진 장면은 관객으로 하여금 현장에 같이 있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예전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1948년 영화인 로프는 롱테이크로 만들어진 것으로 유명합니다.
반면 카메라를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장면을 이어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카메라가 움직이지 않는 상태의 롱테이크는 사실 가장 기본적인 연출방법입니다. 연극은 필연적으로 롱테이크입니다. 영화가 막 시작될 무렵에도 여전히 모든 영화는 롱테이크였습니다. 그러다 편집이란 것이 생기고 그것이 영화를 더욱 재밌게 만든다는 사실이 확인된 후로는 거의 모든 영화가 편집 기법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래서 카메라가 움직이지 않는 롱테이크는 시대 역행적이며 재미가 덜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방식은 대부분 지루한 편입니다. 물론 그 지루함은 의도된 것입니다. 이런 방식의 롱테이크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미학적이고 예술적 해석이 있습니다.
우리 시각 정보 처리 능력은 아주 뛰어납니다. 몇 초의 시간 동안에도 많은 정보를 받고 이해하며 분석합니다. 편집에서 한 장면의 길이는 우리가 시각적으로 정보와 느낌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을 기준으로 정해집니다. 그런데 이미 다 봤는데 계속 장면이 이어지면 우리는 지루해지는 것입니다. 동시에 딴 것을 보거나 다른 생각을 하게 됩니다. 더불어 화면 구석구석을 자세하게 들여다볼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영상 제작자는 카메라에 찍히는 모든 것에 신경을 쓰며 미장센이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미장센
영화를 좋아한다면 미장센이란 말을 들어 보았을 것입니다. 영화나 영상을 이야기하면 한 번쯤 듣게 되는 용어입니다. 미장센에 대한 의미는 여러 갈래가 있습니다. 가장 좁은 것으로는 무대장치 정도의 뜻이 있습니다. 가장 넓은 쪽으로는 보이는 모든 것에 대한 설계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구도와 카메라 움직임을 포함한 모든 것, 심지어 편집까지도 미장센의 영역 안에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관객은 화면에 제시된 것 중 무엇이 중요한지 주체적으로 결정하며 영화가 제시하는 느낌과 정보를 수동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면을 잘게 나누어 필요한 것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되도록 넓은 화면, 많은 정보를 오랫동안 보여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때문에 미장센 이론에 충실한 영화를 보면 일반 관객은 피곤해지고 지루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미장센의 건너에는 몽타주가 있습니다. 이는 장면을 여러 개를 연이어 보여 줌으로 영상 자체에는 없는 다른 의미를 만들어 내는 기법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다음 시간에 조금 더 자세히 다루어 보겠습니다.